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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드림: ㄱ나니. 스쳐간 인연들. 다신 부를 수 없는 이름들.. (스포 주의)

by oneulbreakfast 2025. 4. 2.

 

2024년 (나만의) 올해의 영화


  2024년을 결산하며 뽑은 (나만의) 올해의 영화 1위는 <로봇 드림>입니다. 경쾌하면서도 슬프고, 행복하면서도 외로운 감정이 교차하는 좋은 영화를 지난 봄날에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도 그 마음을 나눴더니 생일 선물로 영화의 원작인 사라 바론의 그래픽 노블 <로봇 드림>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상상력 한 스푼을 더해서 그런지, 책은 영화보다는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책으로 다시 읽으니 영화의 장면들과 배경음악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손으로 넘기는 감각이 재미있었습니다. 귀에 에어팟을 꼽고 보니 책의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해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역시나 음악이 빠질 수가 없지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귀에서 계속해서 맴도는 노래,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틀어 놓고, 저의 감상문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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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맨해튼에서 독신생활을 하는 외로운 개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개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지만, '드림'으로 이름 붙여 보겠습니다. 텔레비전의 불빛만 비추는 어둔 거실 소파에 드림이 앉아 있습니다. TV에 연결하여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드림은 여전히 심심해 보입니다. 인스턴트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역시나 TV 앞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 건너편 건물에 사는 커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들에게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는 드림은 그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때마침 TV 광고가 나오고, 드림에게 외롭냐고 묻습니다. 정말 외로운지 광고 영상에 흐리멍덩하던 그의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는 반려 로봇 광고의 전화번호가 나오자마자 전화기를 들고 주문합니다. 방금 주문한 반려 로봇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드림은 벌써부터 설레어서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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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 로봇이 도착하는 날이 밝았습니다. 택배차가 어서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드림은 창밖을 보며 꼬리를 연신 흔듭니다. 빠르게 도착한 택배상자는 꽤나 무겁습니다. 무거운 택배상자를 열어 서둘러 조립을 시작합니다. 조립이 완성된 로봇의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로봇이 서서히 충전되더니 육중한 몸을 일으킵니다. 뒤돌아있던 로봇은 먼저 고개를 돌린 다음, 몸을 돌려서 제 주인인 드림과 처음 마주합니다. 미소로 인사를 건넨 로봇에게 드림도 미소로 화답하며 자신이 먹던 콜라를 건넵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멋진 짝이 될 거라 직감합니다.
 
  집 밖을 나선 둘은 나란히 길을 걷고,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파크에 갑니다. 평소였다면 늘 혼자 걷던 그 길이 마치 새로운 모험의 여정처럼 설레는 순간이 됩니다. 두 사람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풍경 모두 활기가 넘쳐 보이기까지 합니다. 공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둘은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게 되고, 그 순간은 둘에게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 됩니다. 드림의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이 더 이상 온데간데 없습니다. 매일매일이 행복한 드림은 어느 날 로봇을 데리고 여름의 해변으로 떠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낮잠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새 어둑한 밤이 찾아오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로봇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아무래도 바닷물의 염분 때문인지 로봇은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드림은 로봇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도무지 방도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드림은 다음날 다시 와서 로봇을 구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한숨도 잘 수 없는 드림은 아침이 밝아오자 곧바로 집을 나섭니다. 집에 있는 공구가방을 챙기고, 서점에서 로봇 수리 입문서를 사고, 택시를 타고 얼른 해변으로 향합니다. 허나 이미 해변은 폐쇄된 상태. 설상가상으로 6월 1일까지 휴장이라 해변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굳게 닫혔습니다. 하지만 로봇을 두고 이렇게 돌아갈 수 없는 드림은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 보지만 경비에 막히고 맙니다. 공식적인 입장 허가 신청도 거절되자 비공식적(?)으로 밤에 몰래 침입하지만, 결국 경비에 붙잡혀 머그샷을 찍게 됩니다. 아무런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온 드림은 6월 1일에 반드시 로봇을 데려오기로 마음먹고 냉장고에 굳은 결의의 메모를 붙입니다.

6월 1일 해수욕장 개장
로봇 데려오기!!

 
  폐장된 해변에 홀로 남겨진 로봇은 여전히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저 멀리서 보트 한 척이 다가옵니다. 토끼 세 마리가 해변에 정박하고, 로봇은 자신을 구해줄 친구들을 만났다는 희망에 부풉니다. 하지만 그들은 보트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로봇을 이용할 뿐입니다. 로봇의 다리 한쪽을 자르고, 그중에서도 세 발가락 중 하나만 뽑아내어 구멍에 끼워 넣습니다. 미션을 완료한 그들은 다시 배를 타고 떠납니다. 떠나는 배 안에서 토끼는 잠시 뒤를 돌아보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로봇이 그저 기계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처럼 로봇에게도 마음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 하지만 로봇은 드림에게 다시 돌아가는 행복한 꿈을 계속 꿉니다. 로봇에게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그리움과 사랑과 외로움과 희망이 쉬지 않고 펄떡이고 있었습니다.
 
  6월이 오기 전까지 드림은 다시 혼자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로봇이 있기 전보다 더욱 외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여름이 지나고, 핼러윈도 지나고, 가을도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한편, 로봇도 드림과 같은 계절을 나며 여전히 그 해변 그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로봇은 집으로 돌아가 드림을 만나는 꿈을 계속해서 꾸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을 잊은 채 드림이 다른 로봇과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로봇의 마음은 점점 얼어붙어 갑니다. 로봇의 직감처럼 겨울을 맞이한 드림의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결국 새로운 친구를 찾기로 마음먹습니다. 
 

스키 트립
새 친구들을 사귀어 보세요!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212-555-TRIP 

 
  무료한 기분으로 퍼즐을 맞추다 우연히 발견한 신문광고에 드림의 눈이 번쩍 뜨입니다. 드림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붙잡기 위해 스키장으로 떠납니다. 친구는커녕 못된 개미핥기 형제와 다투다가 애꿎은 팔만 다치고 맙니다. 깁스를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드림은 로봇이 더욱 보고 싶어 집니다. 드림은 김 서린 차창 위로 로봇의 얼굴을 그리며 그리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드림의 마음이 로봇에게도 가 닿았는지 로봇은 또다시 꿈을 꿉니다. 차가운 현실을 벗어나 <오즈의 마법사>가 떠오르는 황금빛 길이 펼쳐집니다. 드림에게로 향하는 길 위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꽃들 모두가 로봇을 응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드림의 집에 도착하자 역시나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드림도 꿈을 꾸지만, 로봇이 아닌 눈사람이 새로운 친구가 되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결국 꿈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로봇의 얼굴입니다. 한결같은 로봇의 꿈은 발 없이도 드림에게 계속 계속 가 닿습니다.
 
  외로움의 계절이 가고 따스한 봄이 오자 드림은 연을 날리러 공원으로 향합니다. 혼자서 연날리기에 번번이 실패하는 드림에게 선글라스 낀 도도한 오리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연을 잘 다루는 오리는 드림의 연날리기를 도와주게 되고, 운명처럼 만난 둘의 관계는 급격하게 가까워집니다. 둘은 함께 낚시를 떠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지만, 오리는 엽서만 달랑 남긴 채 바르셀로나로 이사를 가버립니다. 한편, 아직 해변에 누워있는 로봇에게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옵니다. 폐쇄된 해변에 몰래 잠입한 원숭이는 금속탐지기를 들고 해변을 돌며 고철이나 금붙이를 찾습니다. 원숭이는 금속탐지기로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고 그 위에 모래로 묻혀버린) 로봇을 발견합니다. 고철로 팔아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지 고물상인 '에디네 철물점
으로 향합니다. 오랜 시간 해변에 누워있던 로봇은 희망에 부풀지만, 고물상에 도착하자마자 악어 사장 에디의 아들에 의해 산산조각 난 채로 작동이 멈춥니다.
  
  드디어 6월 1일, 해수욕장 개장날이 되자마자 해변을 찾은 드림은 로봇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로봇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로봇의 흔적을 찾기 위해 모래 밑까지 파보며 샅샅이 찾지만, 결국 로봇의 잘린 다리만 발견하고 맙니다. 로봇의 잘린 다리만 들고 돌아온 드림은 로봇의 일부를 가슴에 품은 채 잠이 듭니다. 한편, 산산조각이 된 로봇에게 새 주인이 찾아옵니다. 배관 수리를 위한 부속품을 찾기 위해 들른 (라스칼로 불리는) 라쿤입니다. 심술 가득한 에디의 아들에게 막대 사탕을 건네자 어느샌가 모아둔 고철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그중에서 로봇의 머리에 큰 관심을 보인 라스칼은 로봇의 머리뿐 아니라 양팔과 한쪽 다리까지 사들입니다. 본인의 작업실로 돌아와 로봇을 다시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비어버린 몸통은 카세트테이프가 들어가는 오디오로, 사라진 한쪽 다리는 청소기 헤드로 교체됩니다. 라스칼이 건전지를 넣고 스위치를 켜니 로봇이 다시 깨어납니다. 둘은 라스칼이 사는 호텔 건물의 옥탑방으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문 앞에 놓인 발매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Welcome HOME
집에 온 걸 환영해

 
  새 짝을 만난 로봇은 라스칼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됩니다. 함께 페인트칠하고,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피자도 함께 먹습니다. 그 사이 드림은 반려로봇 판매점을 들릅니다. '전시제품 반값판매'에 눈길이 갑니다. '틴, 친구 같은 로봇'이란 문구에 마음이 갔는지 그를 데리고 집으로 옵니다. 바야흐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던 시간에 라스칼과 로봇은 피잣집에서, 드림과 틴은 공원 벤치에서 나란히 앉아 구경합니다. 로봇과 드림, 둘은 새로운 짝을 만나 각자의 삶으로 흘러 나가지만, 둘은 서로의 존재를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해변으로 놀러 간 드림은 틴이 바닷가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로봇과 헤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ㄱ나니. 스쳐간 인연들. 다신 부를 수 없는 이름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 라스칼의 옥탑방 앞마당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립니다. 냉장고에 든 새 케첩을 꺼내러 집으로 들어갔다가 무심코 쳐다본 창문 밖 풍경에서 드림을 발견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드림을 마주합니다. 드림은 많이 달라진 로봇의 모습에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자신의 로봇임을 깨닫고는 그와 힘껏 포옹합니다. 하지만 등 뒤에는 라스칼이 서 있습니다. 화들짝 놀란 로봇은 들고 있던 케첩을 떨어 뜨리면서 꿈에서 깨어납니다. 로봇은 자신의 최애곡 <September>를 틀고, 드림과 함께 추던 춤을 춥니다. 저 멀리서 큰소리로 울리는 노랫소리에 드림은 자신도 모르게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로봇과 드림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어도 하나인 것처럼 춤을 춥니다. 
 

▶ 로봇의 최애곡 모음
▶ 라스칼의 최애곡 모음

 

  신나게 춤을 추던 드림은 이제 자신과 함께 할 수 없음을 로봇은 알고 있습니다. 순간 라스칼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던 로봇은 드림과의 최애곡을 멈추고, 라스칼의 최애곡을 틉니다. 음악에 맞춰 라스칼과 로봇은 그들만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드림도 틴의 리듬에 맞춰 함께 새로운 춤을 춥니다.

기억나니?
그때 그 9월 21일 밤 말이야.
구름을 몰아내는 사이,
사랑은 위선자들의 마음을 열었지.
우리의 심장은 두근거렸고,
우리의 영혼은 한 목소리로 노래했어.
그 밤,
우리의 춤추던 순간이 기억나니?
별들이 가득하던 그날의 밤하늘을.

Earth Wind & Fire, <September>

 

 

  ㄱ나니. 스쳐간 인연들. 다신 부를 수 없는 이름들. 그가 건넸던 다정한 말, 그와 부딪던 한 잔의 순간, 그와 함께 불렀던 노래, 그가 보냈던 따뜻한 미소는 결코 잊힐 수 없어서 마음 한 켠에 남습니다. 이따금 재생 버튼을 누를 때면 그의 최애곡에 맞춰 (어딘가에 있을) 그와 저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춤을 추곤 하겠지요. 노래가 끝나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갈 테지만요.
 
 

 


 
▷영화정보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 각본: 파블로 베르헤르 / 제작사: 아카디아 모션 픽쳐스 누들즈 프로덕션, RTVE, 무비스타 플러스+ , 더 워소 필름스/ 배급사: 비팁 픽처스, 와일드 번치, 네온, 영화사 진진, 하이스트레인저 / 개봉일: 2024.03.13 / 러닝타임: 103분 / 장르: 애니메이션
 
 
▶ 영화 <로봇 드림>은 웨이브(단품구매), 유플러스 모바일TV(단품구매), 쿠팡플레이(스트리밍), 왓챠(단품구매)를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