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서투른 사람들
영화 <야구소녀>를 다 보고 나니 문득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의 노래 <그래도 우리>입니다. 잔잔한 선율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사랑을/ 함부로 재고서는/
그건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실은 무심한 사람들/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사랑을/ 함부로 이해하고는/
그건 아니라고/ 나를 가르치는/ 사실은 서투른 사람들/
그래도 우리/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 줄래"
이 모진 세상에서 나도 모르는 나의 미래를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가벼이 예단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반대에 앞장서기까지 합니다. 강아솔의 노랫말처럼, 그들은 사실 서투른 사람들이기도 하고, 무심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고교 야구팀의 홍일점 ‘주수인’은 리틀야구단 시절부터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묵묵하게 자기의 갈 길을 걸었고, 그들의 말이 틀렸음을 스스로 증명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갑니다.
굳건히 닫힌 문을 하나씩 열 뿐
어린 시절 수인보다 키도 작고 야구도 잘하지 못했던 리틀야구단 동기 정호는 프로 입단에 성공합니다. 수인은 여자라는 이유로 프로 입단을 위한 트라이아웃의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심지어 엄마는 수인에게 야구를 포기하라며 그의 글로브를 불태웁니다. 수인의 앞날을 걱정하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당신이 일하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합니다. 수인의 고교 야구감독마저 수인에게 프로가 아닌 다른 길을 제안하며 그의 꿈을 막아섭니다. 수인은 가로막힌 수많은 벽 앞에서 일말의 타협도 포기도 하지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제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코치님이 어떻게 아냐고요.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해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그의 사전에 없었습니다. 늘 그랬듯 그저 운동장을 달리고 또 달립니다. 핏자국이 묻지 않은 연습공이 없을 정도로 공을 던지고 또 던집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믿으면서 굳건히 닫힌 문을 하나씩 열어 나갑니다.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
물론 수인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돌을 꿈꾸지만 번번이 오디션에 낙방하는 절친 방글이 수인 옆에 늘 있었습니다. 수인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호는 묵묵히 뒤에서 그의 꿈을 지지합니다. 반복되는 시험 낙방에 괴로워하는 아빠는 딸의 도전 앞에서는 한 번의 포기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딸의 꿈을 극구 반대하며 포기하라던 엄마는 어느 날 딸에게 미안하다고 용기를 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 번 믿고 맡겨보는 게 어떨까요?
수인이는 자기가 못한다고 말한 적 한 번도 없거든요.
근데 저희가 먼저 못한다고 정해 버리는 건,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서요.
진태 코치는 반대하는 수인의 엄마 앞에서도 끝까지 수인을 믿어줍니다. 특훈도 불사하며 자신의 일처럼 그의 꿈을 향해 함께 달려줍니다. 여자가 프로야구단에 입단한 전례가 전무후무하다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프로 야구선수의 눈높이에서 수인의 장점을 칭찬해 주는 프로팀 코치도 있었습니다. 마침내 진태 코치의 열정으로 첫 트라이아웃의 기회를 얻어냅니다. 단 한 번의 기회일지도 모를 마운드에 수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오릅니다. 모두가 안 될 거라 예상하는 분위기 속에서 같은 성별의 타자 제이미는 수인에게 큰소리로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주수인 파이팅!
저마다의 응원을 받으며 수인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그렇게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수인은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깁니다.
▷영화정보
감독: 최윤태 / 각본: 최윤태 / 제작사: 한국영화아카데미 / 배급사: 싸이더스 / 개봉일: 2020.06.18 / 러닝타임: 105분 / 배우: 이주영, 이준혁, 염혜란, 곽동연, 송영규, 주해은, 유재명 등 / 장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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