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13개 후보에 오른 장안의 화제작
여자가 되고 싶은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이 전도유망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놉시스인 데다 뮤지컬 영화라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빨리 보고 싶어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13개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기도 하고, <예언자>, <러스트 앤 본>으로 잘 알려진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오늘 소개하게 될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뜨거웠던 기대와 달리 수상은 2관왕(여우조연상/주제가상)에 그쳤습니다. 멕시코 현지에서는 카르텔 수장을 미화시킨 문제에 대해 카르텔 피해자들의 반발이 있었고, 셀레나 고메즈의 어색한 발음과 연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카를로 가스콘 소피아의 과거 인종차별 및 외국인 혐오 발언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칸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심사위원상과 더불어 주연 앙상블 캐스트가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멕시코가 아닌 국적의 관객들의 경우에는 문화나 발음에 대해 거슬리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관람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화끈한 전개와 직설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색다른 뮤지컬 영화임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에밀리아 페레즈, 제 2의 인생
영화 <아바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조 샐다나가 똑똑한 변호사 리타역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이 역할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주연과 조연의 기준이 모호하여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만, 조 샐다나가 맡은 리타는 주연급의 비중을 맡고 있고,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도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임팩트 있는 리타의 첫 퍼포먼스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리타는 똑똑하고 전도유망한 변호사이지만, 아직 본인의 꿈을 제대로 펼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변호를 무사히 마친 그녀는 갑작스럽게 달콤하면서도 무서운 제안을 받습니다.
마니타스 says,
여자가 되고 싶어.
납치당하듯 눈을 가린 채 알 수 없는 곳에 끌려온 리타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대부 “마니타스”와 마주하게 됩니다. 마니타스는 리타에게 여자가 되고 싶다고 속삭이듯 말합니다. 막막하기만 했던 높은 산들을 단번에 넘을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주어진 리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어릴 적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던 마니타스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 가족들에게까지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리타는 그를 그녀로 바꿀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알아보고, 마침내 성전환 수술을 진행시킵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리타는 부를 얻고 성공한 변호사의 꿈을 이뤄냅니다. 그리고 마니타스는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자신의 꿈인 “에밀리아 페레즈”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
러닝타임 133분의 추모영상
리타 says,
당신이에요?
에밀리아 says,
빙고!
리타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에밀리아의 계획 아래 두 사람은 다시 만납니다. 이제는 마니타스와 리타가 아닌 에밀리아와 리타로 둘은 마주하게 됩니다. 에밀리아는 여자로 살고 싶었던 꿈은 이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릅니다. 리타에게 다시 제안을 하면서 결국 에밀리아는 멕시코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 자신의 가족을 다시 불러 들입니다. 아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아빠가 아닌 고모이고, 아내에게는 더 이상 남편이 아닌 시누이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됩니다. 처음엔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행복해합니다. 두 번째 인생에서 처음으로 다른 여자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에밀리아의 행복은 절정으로 향해 갑니다.
한편, 그녀는 과거의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집니다. 범죄조직에 의해 희생된 실종자들의 유해를 찾는 일을 시작합니다. 두 번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리타는 에밀리아의 곁에 남기로 결정합니다. 에밀리아가 시작한 일에서 또다른 삶의 의미를 찾은 리타는 그녀를 도와 재단을 함께 설립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에밀리아는 과거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됩니다.
허나 그와 동시에 그녀의 욕망도 점점 부풀어 오릅니다. 다른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아내는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지고,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볼 에밀리아가 아닙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자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에 아내의 일에 간섭하기 시작하고, 아들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해집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하는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밤 사이 도망칩니다. 행복의 절정은 얼마 가지 못하고, 결국 파국의 위기로 치닫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은 끝을 향해 달리다가 불꽃처럼 사그라집니다. 그렇게 에밀리아는 가장 외로우면서도 가장 충만한 시절을 살아냅니다.
영화는 끝이 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이 영화관이 "에밀리아 페레즈"의 장례식장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러닝타임 133분의 추모영상이 끝날 즈음에야 관객 모두가 그녀의 조문객이었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처음과 끝에 동일하게 흐르던 노래 속 구슬픈 외침이 마음 한구석에서 가만히 메아리칩니다.
▷영화정보
감독: 자크 오디아르 / 각본: 자크 오디아르, 토마스 비더게인, 니콜라 리베치 / 제작사: 와이 낫 프로덕션스, 페이지 114 등 / 배급사: 파테, 그린나래미디어,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 / 개봉일: 2025.03.12 / 러닝타임: 133분 / 배우: 카를로 소피아 가스콘,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아드리안나 파즈 / 장르: 뮤지컬, 범죄, 코미디, 스릴러
▶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씨네큐브, 아트나인, 씨네Q, 아트하우스 모모,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등에서 현재 상영중입니다.